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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한줄

[책한줄] 눈먼 자들의 도시

by 신바람~독서 2023. 2. 4.

눈먼 자들의 도시 / 주제 사라마구, 정영목 / 해냄 출판사 

눈먼 자들의 도시는 우리의 오감 중 단 하나를 제거 한 것이다. 바로 "눈" 이다.

우리가 똑 바로 볼 수 없다면? 우리가 보고 있는것이 거짓이라면?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이 없다면? 누군가 우리의 눈을 가린다면? 

175) 곧 그 얼굴에서는 지독한 공포의 모든 표시들이 나타났으며, 그의 입에서는 피할 수 없는 그 외침 소리, 눈이 안 보여, 눈이 안 보여, 하는 소리가 터져나오고 말았다. 이런 경험을 한 사람들이 정부가 기대하는 반응을 보이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말도 안 됐다. 아무리 신경이 무딘 사람이라도, 거리에서 마주치는 그런 경험을 차분하게 받아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최악의 사태는 가족 모두가, 특히 소가족일 경우에 심한데, 빠른 속도로 눈이 멀어버린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들을 인도하거나 돌봐줄 사람이 남지 않는다. 그것은 동시에 시력을 가진 이웃도 그들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눈이 먼 사람들은, 평소에는 아무리
176) 애정이 많은 아버지나 어머니나 자식이었다 해도, 이제는 서로를 돌봐줄 수가 없다. 서로를 돌봐 주려 하다가는 그림 속에 나오는 눈먼 사람들과 같은 운명, 함께 돌아다니고, 함께 넘어지고, 결국 함께 죽어가는 운명과 마주치게 될 테니까.

 

66) 정부는 정부의 책임을 인식하고 있다, 동시에 이 메시지를 듣는 사람들이 그들에게 취해진 이번 격리 조치가 개인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공동체의 나머지 구성원들과의 연대에 기초한 것임을 명심하고, 정직한 시민들로서 책임을 다해 주기를 바란다. 이런 전제하에 우리는 모든 사람들이 다음과 같은 규칙을 준수해 주기를 바란다.

하나, 전등은 항상 켜둔다. 스위치를 조작하려 해보았자 소용없다. 어차피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둘, 허가 없이 건물을 나가지 말라, 그 즉시 사살당할 것이다.
셋,각 병실에는 전화가 있는데, 그것은 위생과 청결을 목적으로 외부에 새로운 보급품을 요구할 때만 사용할 수 있다,
넷, 자기 옷은 자기 손으로 빨래해야 한다.
다섯, 병실 대표를 선임할 것을 권고한다. 이것은 명령이 아니라 권고다, 재소자들은 앞서 말한 규칙과 앞으로 말할 규칙에 순응한다는 전제하에, 적당한 방법으로 조직을 결성하도록 하라,
여섯, 하루 세 번 식량을 담은 상자들이 현관문 오른쪽과 왼쪽에 놓여질 것이다. 오른쪽 것은 환자들에게 가는 것이고, 왼쪽 것은 보균자에게 가는 것이다.
일곱, 남은 음식은 반드시 태워야 한다, 여기에는 음식만이 아니라 용기도 포함된다, 접시와 수저도 다 연소 가능한 물질로 제작되었다.
여덟, 소각은 건물의 안뜰 또는 운동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아홉, 이 소각이 원인이 되어 일어나는 피해에 대해서는
67) 재소자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
열, 우연히 또는 고의로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소방대는 투입되지 않는다.
열하나, 마찬가지로 병, 무질서, 폭력 등이 발생한다 해도 재소자들은 외부의 개입을 요청할 수 없다,
열둘, 어떠한 이유에서든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재소자들은 형식적 절차 없이 시체를 마당에 묻어야 한다,
열셋, 환자와 보균자 사이의 접촉은 중앙 현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열넷, 보균자가 갑자기 실명을 할 경우 즉시 환자 병동으로 이동해야 한다,
열다섯, 이상의 규칙은 새로 도착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매일 같은 시간에 낭독될 것이다.

정부 와 국가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의무를 이행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상.

 

313)이미 그 집은 자기 집을 찾지 못한 다른 무리가 차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소, 회전목마를 타고 있는 셈이지, 처음에는 약간의 갈등이 있었소, 하지만 우리에게는, 우리 눈먼 사람들에게는, 우리 것이라 할 수 있는게 거의 없다는 것을 곧 알게 되었소, 입고 있는 것 말고는 말이오. 그럼 먹을 걸 파는 집에 사는 게 해결책이 되겠군요, 먹을게 남아 있는 한은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으니까요.

스포 - 마지막 부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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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1) 왜 우리가 눈이 멀게 된 거죠. 모르겠어,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어요. 응, 알고 싶어. 나는 우리가 눈이 멀었다가 다시 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눈은 멀었지만 본다는 건가.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라는 거죠.

의사의 아내는 일어나 창으로 갔다. 그녀는 쓰레기로 가득 찬 거리, 그곳에서 소리를 지르며 노래부르는 사람들을 내려다보았다. 이어 그녀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모든 것이 하얗게 보였다. 내 차례구나, 그녀는 생각했다. 두려움 때문에 그녀는 눈길을 얼른 아래로 돌렸다. 도시는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