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 프란츠 카프카 / 문학동네 / 137
아침에 일어나니 변해 버린 주인공..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침대 속에서 한 마리의 흉측한 갑충으로 변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철갑처럼 단단한 등껍질을 대고 누워 있었다. 머리를 약간 쳐들어보니 불 룩하게 솟은 갈색의 배가 보였고 그 배는 다시 활 모양으로 휜 각질의 칸들로 나뉘어 있었다. 이불은 금방이라도 주르륵 미끄러져내릴듯 둥그런 언덕 같은 배 위에 가까스로 덮여 있었다. 몸뚱이에 비해 형편없이 가느다란 수많은 다리들은 애처롭게 버둥거리며 그의 눈앞에서 어른거렸다.
"이게 대체 어찌된 일일까?' 그는 생각했다. 꿈은 아니었다. 다소 작기는 해도 사람 사는 방으로 손색이 없는 그의 방은 낯익은 사면의 벽들로 둘러싸여 조용히 놓여 있었다.
변신한 모습으로 가족을 걱정하는 그레고르
그렇다면 늙은 어머니가 돈을 벌러 나서야 한단 말인가? 천식을 앓고 있는 어머니는 집 안을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몹시 힘들어했다. 이틀에 한 번꼴로는 호흡장애를 일으켜 종일 창문을 열어둔 채 소파에 누워 지내는 신세였다. 그렇다면 여 동생이 돈을 벌어와야 한다는 얘긴데, 나이 열일곱에 아직 어린애나 다름 없으니, 지금까지 해온 그녀의 생활방식이라고 하면 옷이나 좀 깔끔하게 입고, 실컷 잠이나 자고, 집안일 좀 거들고, 소박한 무도회에 몇 번 참석하 고, 무엇보다 바이올린이나 켜는 것이 전부였다. 옆방에서 돈벌이의 필요 성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그레고르는 문에서 떨어져나와 그 옆에 놓인 서늘한 가죽소파 위로 몸을 던졌다. 너무나 부끄럽고 서글픈 나머지 온몸이 후끈 달아올랐던 것이다.
변신한 그레고르에 놀란 어마를 대신해서 아버지의 복수?
곧바로 뒤이어 날아온 사과는 달랐다. 그것은 그레고르의 등을 제대로 맞추어 깊숙이 들어가 박혔다. 불시에 당한 이 엄청난 고통 이 자리를 옮기면 사라질 수도 있다는 듯 그레고르는 몸을 질질 끌며 앞으로 나아가려고 했다. 그러나 마치 그 자리에 못 박히기라도 한 듯 그는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모든 감각들이 극도의 혼란 속으로 빠져들며 그는 그만 그대로 쭉 뻗어버리고 말았다.
부상으로 인한 그레고르
부상이 심해, 그레고르는 한 달이 넘게 고생해야 했다. 누구도 빼내 줄 엄두를 내지 못했기 때문에 사과는 여전히 살 속에 박힌 채 이 사건의 뚜렷한 기념물로 남아 있었다. 그레고르의 이런 고통은 아버지에게까지도 그가 엄연히 가족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비록 지금은 비참하고 구역질나는 모습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상기시켜준 듯했다. 그래서 그를 원수처럼 대할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혐오감을 꿀꺽 삼켜버리고 그저 참는 것, 별 도리 없이 그저 참는 것만이 가족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일 터였다.
죽은 그레고르
잠자 부인은 빗자루를 제지하려는 듯한 동작을 취했지만 실제로 제지하지는 않았다.
"자아, 이제 하느님께 감사를 드려야겠다."
잠자씨가 성호를 긋자 세 여자도 따라 했다. 시체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던 그레테가 입을 열었다.
“다들 좀 보세요. 어쩌면 저렇게 말랐을까요. 하긴 그토록 오랫동안 아무 것도 먹지를 않았으니 음식은 들여다 놓은 그대로 다시 나오곤 했지요."
사실 그레고르의 몸은 완전히 납작한 모양으로 말라붙어 있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지금에야 알아본 것이다. 이제는 다리들이 더이상 그의 몸을 받쳐주지 못했고, 그밖에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레테 잠깐 우리 방으로 건너가자."
잠자 부인이 슬픈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그레테는 시체 쪽을 돌아보면서 부모님 뒤를 따라 침실로 들어갔다. 파출부 할멈은 문을 닫고 창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이른 아침인데도 상쾌한 공기 속에는 이미 미지근한 기운 이 약간 섞여 있었다. 벌써 3월 말이었다.
가족들의 안정
그들은 전차를 타고 교외로 나갔다. 그들이 탄 차량에는 오붓하게 그들 가족뿐이었는데, 따스한 햇살이 차 안 곳곳을 밝게 비추어주었다. 그들은 좌석에 편안히 등을 기대고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잘 생각해보니 전망이 그리 어두운 것도 아니었다. 사실 지금까지는 서로 상세히 물어본 적이 없었지만 세 사람 모두 꽤 괜찮은 일자리를 얻은데다, 특히 앞으로는 전망이 밝은 편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두말할 것도 없이 집을 옮기는 일일 것이다. 이제 그들은 그레고르가 고른 지금의 집보다 더 작긴 해도 더 싸고 위치도 좋은 대체적으로 보다 실용적인 집을 얻고자 했다.
이렇게 이 야기를 나누고 있는 동안 잠자씨 부부는 점점 생기가 도는 딸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녀가 최근에 두 볼이 창백해질 정도로 갖은 고생을 다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름답고 탐스러운 처녀로 피어났다는 것을 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느꼈다. 부부는 점점 말수가 적어지더니 거의 무의식적으로 눈길로 대화를 나누며 이제는 슬슬 딸에게 착살한 신랑감도 구해주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고 생각했다. 목적지에 이르자 딸이 제일 먼저 일어나 젊은 몸을 쭉 펴며 기지개를 켰을 때, 그들에게는 그 모습이 그들의 새로운 꿈과 아름다 운 계획의 보증처럼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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