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 위대한 도약 / 로렌스 레비 (강유리) / 유엑스리뷰
픽사 재무담당인 로렌스 레비가 픽사에 입사하는 과정과 픽사가 상장하여서 디즈니에 매각하는 시점까지의 여정을 재밌게 쓴 책입니다.
스티브 잡스와의 이야기와 <토이 스토리>가 태어나는 과정 등등..
기업 성장을 쉽게 재미 있게 썻습니다. 꼭 토이 스토리 영화같은 느낌이 듭니다. 영화로 만들어도 될 정도의 흥미가 있습니다.
80)내 결론은 이랬다. 1991년 무렵, 스티브는 픽사에서 손을 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애초에 애니메이션 회사를 만들려고 나선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1986년 그가 픽사를 손에 넣었을 때 꿈꾸었던 건 기술 기업이었다. 최강의 그래픽 회사를 만들어 비교 불가한 컴퓨터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는 기계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고 싶었던 것이다. 스토리텔링은 그 기술을 시연해 보이기 위한 수단으로 나중에 떠오른 아이디어였다. 그런 그래픽 회사의 꿈이 실패로 돌아간 '픽사 이미지 컴퓨터’에 담겨 있었다. 1991년에 그 사업부는 완전히 문을 닫았다.
그때부터 스티브는 언제든 픽사를 포기할 생각이었으리라. 진심으로 그만두고 싶었을 것이다. 부담이 너무 컸고 꿈도 깨졌다. 하지만 그는 상당히 곤란한 처지였다. 애플을 떠난 지 5년이 지났는데, 그 후로 이렇다 할 성과를 낸 적이 없었다. 픽사를 승리로 마무리 짓지 못할 바 에는 또 한 번의 실패가 만천하에 드러나는 것만이라도 최대한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때 바로 디즈니라는 기회가 찾아왔다. 디즈니와의 계약은 스티브의 재정적 출혈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었다.
150) 사업 계획의 핵심은 돈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아주 많은 돈을 마련해야 했다. 그것만이 우리가 스스로 영화 제작비를 부담하고 영향력을 행사하여 수익의 더 큰 비율을 우리 몫으로 가져올 수 있는 길이었다. 픽사처럼 작은 회사가 그런 거액의 돈을 조달하는 현실성 있는 방법은 기업 상장뿐이었다. 일반 은행이나 다른 자금원을 고려하 기에는 너무 액수가 컸고 픽사의 실적을 고려할 때 위험 부담도 너무 컸다.
실리콘밸리에 성배가 있다면 그것은 회사 주식의 신규 상장, 즉 IPO이다. 이것은 종이 증서가 실제 돈으로 바뀌는 실리콘밸리의 월급 날, 즉 '그분이 오시는 날'이다. 실리콘밸리의 모든 스타트업은 상장이 라는 꿈을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상장에 성공하는 비율은 아주 낮다. 상장을 이루어 내지 못한 회사 중 일부는 더 큰 회사에 인수되고, 그보다 더 소수는 알아서 자립해 나가며, 나머지는 문을 닫는다. 스타트업이 채산성을 가지고 스스로 지탱해 나갈 수 있게 되기까지는 몇 년이 걸린다. 꾸준한 투자금 유입이 없다면 자금이 바닥날 수밖에 없다.
상장에 성공하는 스타트업 직원들의 경우, 약속 받은 부가 현실이 되고 성공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실리콘밸리가 IPO의 가능 성을 중심으로 형성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리콘밸리의 유명한 샌드힐 로드에는 고급스러운 벤처캐피털 기업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그 들 손에서 탄생한 스타트업 100곳 중 극소수만이 비공개 회사에서 상 장 회사로의 도약을 이루어 낼 체력을 갖추고 있다. 상장은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게임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도약이다.
기업은 주권株, stock certificate이라는 종이를 통해 소유할 수 있다. 주식은 간단히 말해 회사에 대한 지분이다. 기업의 소유권은 기업이 원하는 개수만큼의 주식으로 분할할 수 있다. 100개의 주식으로 분할 되었다면 각 주식은 회사의 100분의 1, 곧 1%에 해당한다. 1,000개의 주식으로 분할되었다면 각 주식은 회사의 1,000분의 1, 곧 0.1%에 해 당한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는 10억 개를 훨씬 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각각이 아주 작디작은 회사의 한 조각을 나타낸다. 누구라 도 회사의 주식을 소유할 수 있다. 한편 스티브는 픽사 주식 대부분을 소유했다. 직원들 몫으로 양도하려고 따로 떼어 둔 부분을 제외하고는 전부 스티브의 것이었다. 직원들이 스톡옵션을 행사하더라도 스티브 는 여전히 주식의 상당 부분을 소유하게 될 것이다.
회사 지분의 소유권 형태는 비공개 혹은 공개다. 대부분의 기업은 비공개다. 일반인이 주식을 구할 수 없고 주식을 사거나 팔 수 있는 시 장도 없다는 뜻이다. 이게 픽사의 상태였다. 스티브의 방문을 두드려 서 주식을 좀 팔라고 그에게 직접 이야기하지 않는 한, 픽사의 주식을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스티브가 원한다 해도 자기 주식을 내다 팔 수 있는 시장 또한 없었다.
반면 공개 기업의 경우 누구든지 주식을 사고팔 수 있다. 뉴욕 증 권거래소나 나스닥과 같이 그러한 목적의 시장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기업이 공개되면 누구나 그 주식을 사고팔 수 있다. 사는 사람이 많을 수록 주가가 높아지고, 파는 사람이 많을수록 주가가 낮아진다. 기업 의 주식이 일반에게 처음으로 판매되는 시점을 주식의 신규 상장 또는 IPO라고 부른다. 그 순간 이후로는 해당 기업의 주식을 누구나 사고 팔 수 있기 때문에 그 회사는 공개 기업이 된다.
어느 회사에게나 IPO는 연료를 가득 채운 로켓 추진 장치를 탄도 에 부착하는 일과도 같다. 픽사의 경우, IPO는 더욱 큰 의미가 있었다. 이 무렵 우리는 스톡옵션 제도를 도입해 픽사 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나누어 준 상태였다. 내가 예측했던 대로 많은 사람이 공정한 몫을 나 눠 받지 못했다고 느꼈다. 해결 방법은 직원들이 가진 주식의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이는 IPO를 얼마나 크게 성공시키느냐 에 달려 있었다.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는 또 하나의 요인은 픽사의 IPO가 스티브에 게 갖는 의미가 무척 컸기 때문이었다. IPO는 10년 전 애플에게 추방 당했던 그가 황야에서 돌아온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품고 있었다. 스티 브의 부활을 의심의 여지 없이 보여 줄 만한 한 가지 사건이 있다면 그 것은 픽사의 IPO였다. 픽사가 상장된다면 그 무엇보다도 확실하게 그 의 재기가 증명될 것이다. 이걸 생각하면 상장에 관한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그의 어조가 사뭇 진지해지고 잔뜩 무게감이 실리는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308)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보면 픽사는 여러가지면에서 스티브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픽사 덕분에 억만장자가 되었고, 대중들 앞에 화 려하게 복귀했으며,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속속들이 공부했고, 픽사 임직원들과 변화된 관계를 누리게 되었고, 사업적 요구와 창작적 요구를 조화시킬 줄 알게 되었다. 스티브의 천재적인 심미안 및 제품에 대한 비전과 더불어 이러한 요인들은 스티브가 애플의 소용돌이 속으로 뛰어들 때 아주 막강한 무기가 되었다. 사실 픽사는 그에게 변함없는 부의 원천이었지만) 스티브의 인생 여정에서 막간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픽사가 없었다면 스티브의 애플 2막에서 도입되었던 혁명은 불가능했으리라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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