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상깊은한줄

[책한줄]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by 신바람~독서 2023. 2. 21.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룰루 밀러 

만약 당신이 분류학자라면 이게 얼마나 심란한 생각일지 상상해보라. 당신이 손에 들고 있는 대상이 알고 보니 퍼즐 조각도 실마리도 아닌 무작위성의 산물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것들은 신성한 텍스트의 페이지도, 성스러운 암호를 이루는 상징도, 신성한 사다리의 가름대도 아니었다. 움직이고 있는 혼돈의 모습을 담은 스냅사진에 불과했다. 어떤 이들에게 그 생각은 너무나 괘씸한 것이었다. 그 생각은 지구를 너무 황량한 것으로 느껴지게 하고, 자신들의 추구를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었다. 루이 아가시는 죽는 날까지 요지부동으로 다윈의 생각에 반대했다. 그는 그 주제에 관해 강연을 하며 여기저기 돌아다녔고, 그때마다 인간이 원숭이로부터 진화했을 수도 있다는 것은 “역겨운” 생각이라고 말했다.

 

만약 당신이 분류학자라면 이게 얼마나 심란한 생각일지 상상해보라. 당신이 손에 들고 있는 대상이 알고 보니 퍼즐 조각도 실마리도 아닌 무작위성의 산물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것들은 신성한 텍스트의 페이지도, 성스러운 암호를 이루는 상징도, 신성한 사다리의 가름대도 아니었다. 움직이고 있는 혼돈의 모습을 담은 스냅사진에 불과했다. 어떤 이들에게 그 생각은 너무나 괘씸한 것이었다. 그 생각은 지구를 너무 황량한 것으로 느껴지게 하고, 자신들의 추구를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었다. 루이 아가시는 죽는 날까지 요지부동으로 다윈의 생각에 반대했다. 그는 그 주제에 관해 강연을 하며 여기저기 돌아다녔고, 그때마다 인간이 원숭이로부터 진화했을 수도 있다는 것은 “역겨운” 생각이라고 말했다.

 

우생학은 1883년 유명한 박식가이자 찰스 다윈의 고종사촌인 프랜시스 골턴이라는 영국의 과학자가 만든 단어다. 《종의 기원》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 골턴은 사촌의 책을 읽고 깊은 영감을 받아, 그 책을 “내 정신 발달 과정의 신기원”이라고 불렀다. 지구에서 생물의 배열을 결정하는 자연선택의 힘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자마자, 그는 인류의 지배자 인종을 선별할 수 있도록 그 힘을 조작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요컨대 가난, 범죄, 문맹, “정신박약”, 방탕함 등 그가 혈통과 관련된 것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특징들을 교배함으로써 말이다. 그는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의 집단을 말살시키는 이 기술을 “우생학”이라고 불렀다. “좋은”과 “출생”을 뜻하는 그리스어를 조합해 만든 단어다. 그리고 그는 자기―다윈의 사촌인!―말을 들어줄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얼핏 과학적으로 들리는 ‘유럽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계획에 관해 이야기했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죽는 날까지 열광적인 우생학자로 남았다. 마지막 순간의 깨달음이나 회한을 보여주는 증거는 전혀 없다. 자기 노력의 결과로 칼질을 당하고 흉터와 수치만 남은 수천 명에 대해서도, 자기 권력을 놓지 않으려 투쟁하는 와중에 짓밟힌 사람들―제인 스탠퍼드, 그에게 명예가 훼손된 의사들, 그가 해고한 스파이, 그에게 성도착자 소리를 들은 사서―에 대해서도. 오싹했다. 그 잔인성과 무자비함이. 그 추락의 무지막지한 깊이와 그 파괴적 광란의 크기가. 토할 것 같았다. 내가 모델로 삼으려 했던 자는 결국 이런 악당이었던 것이다. 자기 자신과 자신의 생각에 대한 확신이 너무나 강한 나머지, 이성도 무시하고 도덕도 무시하고, 자기 방식이 지닌 오류를 직시하라고 호소하는 수천 명의 아우성―나도 당신과 마찬가지로 인간이요―도 무시해버린 남자.

 

나의 아버지는 “어류”라는 단어를 포기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 단어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다. 과학적으로 정확하지 않다는 건 이해하지만 유용한 단어라고 생각했다. 그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세계를 경험하는 제한된 방식에 자신을 가두게 되는 것이 걱정되지 않느냐고 내가 묻자, 아버지는 불만스럽게 끙끙거리는 소리를 내더니 이렇게 말했다.
“아이고, 나는 그게 뭐든, 아직 내가 해방되지 않은 것으로부터 해방되기에는 너무 늙었어.”
큰언니는 물고기를 놓아버리는 데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언니는 어류라는 범주 전체를 바로 손에서 놓아버렸다. 왜 언니한테는 그게 그렇게 쉬운 거냐고 묻자 이렇게 말했다.
“왜냐하면 그게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 인간은 원래 곧잘 틀리잖아.”
언니는 평생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늘 반복적으로 오해해왔다고 말했다. 의사들에게서는 오진을 받고, 급우들과 이웃들, 부모, 나에게서는 오해를 받았다고 말이다.
“성장한다는 건,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말을 더 이상 믿지 않는 법을 배우는 거야.”
정말로 이 물음은 모든 사람마다 다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