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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한줄

[책한줄] 인생의 역사

by 신바람~독서 2023. 2. 18.

인생의 역사 / 신형철 / 난다 

평론가 신형철의 신작..이 책은 '시' 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스크롤을 천천히 내려 보세요 

 

시 " 아이스크림의 황제" 

142) 아이스크림의 황제

윌리스 스티븐스

큰 시가 마는사람을 불러
근육질인 사람으로, 그리고 휘젓게 해
부엌의 컵 속 색정적인 응유를 말이야.
처자들은 늘 입던 옷 그대로
꾸물거리게 내버려둬, 소년들에게는
꽃을 지난달 신문에 말아서 가져오라고하고.
있는 것이 보이는 것의 피날레가 되도록 해.
유일한 황제는 아이스크림의 황제니까. 

유리 손잡이가 세개 빠진
전나무 경대에서 꺼내, 그 시트 말이야
한때 그녀가공작비둘기 수놓았던 그것을 펼쳐서
그녀의 얼굴을 덮도록 해.
딱딱한 발이 삐져나온다면 그건
그녀가 얼마나싸늘하고또묵묵한지를 보여주는 것이지.
램프의 빛줄기를 잘 고정시켜놓도록.
유일한 황제는 아이스크림의 황제니까.

이 시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 걸까요? 

죽음이 숨어 있습니다. 

 

 

 

을 

 

다.

1연부터 어리둥절하기는 하다. 왜 “시가여송연"이고 "아이스크림"이며 "근육질"인가? '주석'이 필요한 대목에서 '해석'을 시도 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우리의 '상상력'이 아니라 전문가가 알려주는 '사실'이다.

145) 이 시는 미국 최남단 플로리다주 키웨스트에서 치러진 가난한 여성의 장례식을 배경으로 한다. 키웨스트는 더운 지역이라 장례식 때 아이스크림을 대접했고, 1920년대는 냉장고가 나오기 전이어서 아이스크림을 직접 만들어 그 자리에서 먹는 것이 관례였다. (……)

 

키웨스트는 여송연 생산지로 유명하며 지금도 최고의 여송연은 사람이 직접 손으로 말아 만든다. 아이스크림을 휘저어 만드는 일은 상당한 힘을 요구해서 근육질의 남자가 맡아 하곤 했다. (손혜숙) 위 주석 그대로 1연은 아이스크림 만드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모든 구절이 그 작업을 총괄 지시하는 사람의 명령으로 이루어져 있다. '큰 시가를 마는 근육질의 남자를 불러서 응유curds, 응고된 우유를 젓게 하라.' 시인은 응유에 생경하게도 “색정적인

concupiscent"이라는 수식어를 달아서 이 제조 공정이 분만하는 에로틱한 에너지를 감지할 수 있게 했다. 프로이트라면 이 응유를 삶ㅡ충동에로스이 물질화된 것이라 했을지도 모르겠다.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니까 여자들은 쉬어도 좋다는 것과 재빠른 소년들은 행사에 필요한 꽃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지시하는 내용이 뒤를 잇는다. 문제는 그 다음 두 구절이다.

“있는 것이 보이는 것의 피날레가 되도록 해Let be be finale of 숱한 해석을 낳은 구절이다. B가 A의 피날레가 된다는 것은 A가 결국 B로 귀결된다는 뜻이다. 모든 "보이는 것seen”은 결국 "있는 것"으로 남게 된다는 것. 어떤 '있는' 것이 다양하게 (146) 자신을 꾸미고 바꾸어 특정한 방식으로 '보이게' 하며 만들어가는 것이 일생이다. 한 생애를 통해 다양하게 존재했던 '보임'이 아주단순하고 투명한 '있음'으로 축소되는 순간이란 언제인가. 바로 장례식이다. 그러므로 이 구절은 1차적으로는 (2연에 시신으로 둥장하는 '그녀'의 장례식을 차질 없이 준비하라는 뜻이면서, 더 깊게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저 "피날레"의 준엄함을 잊지 말라는 명령이기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