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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한줄

[책한줄]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by 신바람~독서 2022. 10. 12.

아프리카 문학. 

82)
“자네는 왜 그 아이를 죽이러 가는 우리와 함께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안 되네."
"그러고 싶지 않았을 뿐이네." 오비에리카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보다는 해야 할 더 좋은 일이 있었네."
"아이가 죽어야 한다고 말한 신의 권위와 결정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인가?"
“아니네. 내가 왜 그러겠는가? 하지만 신께서 그 결정을 실행하라고 내게 요구한 것은 아니네."
"하지만 누군가 해야 했지. 우리 모두가 피를 두려워한다면, 일이 될 수 없지. 그렇게 되면 신께서 어떻게 하리
라 생각하는가?"
“오콩코, 자네는 내가 피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지 않는가. 만약 어느 누가 내가 그렇다고 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이지. 한 가지만 분명히 해 두겠네. 나 같으면 집에 그냥 남았겠네. 자네가 한 일은 대지의 여신을 기쁘게 하지 않을 것이네. 그건 여신께서 일가를 멸족시킬 수 있는 행동이네."
"여신께서 자신의 명령을 받든 나를 벌할 수는 없네. 어머니가 쥐어 준 얌은 아무리 뜨거워도 아이의 손가락을 데지 않는 법이지."
"맞는 말이네." 오비에리카가 수긍했다.

 

오콩코는 옆으로 누워 다시 잠을 청했다. 아침에 누군가 문을 두드려 그는 잠을 깼다.
"누구야?"
그가 소리를 질렀다. 에퀘피인 것이 분명했다. 세 부인 가운데 에퀘피만이 대담하게 그의 문을 두드릴 수 있었다.
"에진마가 죽어 가요."
그녀의 목소리였는데, 그 말엔 그녀 삶의 모든 비극과 슬픔이 담겨 있었다.
오콩코가 침상에서 뛰쳐나와,문을 확 잡아당기더니 에퀘피의 집으로 달려갔다.
에진마는 어머니가 밤새 피워 놓은 커다란 화로 옆 돗자리 위에서 누워 떨고 있었다.
"이바 열병이다.”
이 말과 함께 오콩코는 자신의 도끼를 들고 이바 약에 들어갈 잎과 약초와 나무껍질을 구하기 위해 숲으로 들어
갔다.

 

군중 한가운데에 소년이 피범벅이 된 채 쓰러져 있었다. 죽은 노인의 열여섯살 난 아들로, 여러 형제들과 함께 아버지와 이별하는 춤을 추고 있었다. 그런데 오콩코의 총이 발사되어 총알 하나가 아이의 심장을 관통한 것이었다.

우무오피아에 전례가 없는 혼란이 이어졌다. 우발적 죽음이 흔히 있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오콩코의 유일한 선택은 부족을 떠나는 것이었다. 부족 사람을 죽이는 것은 대지의 여신에 대한 범죄였고, 이를저지른 사람은 고향을 떠나야 했다. 이러한 범죄는 여성형과 남성형 두 종류가 있었다.오콩코는 여성형 범죄를 저지른 것이었는데, 실수로 인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칠 년이 지난 다음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날 밤 오콩코는 가장 값이 나가는 물건들로 이고 갈짐을 꾸렸다. 그의 부인들은 울어 댔고 아이들도 영문을 모른 채 울었다.

 

아프리카의 여러 지역에 문명을 전파하고자 여러 해 동안 노력한 끝에그는 많은 것을 배웠다. 그 가운데 하나가, 치안판사는 나무에 목을 맨 남자를 내리는 것 같은 이런 품위 없는 사소한 일을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것에까지 관심을 기울이면 원주민들이 자신을 함부로 여길 것임이 분명했다. 자신이 집필하고자 하는 책 속에서 그는 이 점을 강조할 것이다. 재판소로 다시 걸어가면서 그는 그 책에 대해 생각했다. 매일이 그에겐 새로운 자료였다.

전령을 죽인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 남자에 대한 이야기는 재미있는 읽을거리일 것이다. 그에 대해 거의 한 장 ()도 쓸 수 있을 것이다. 아마 한 장 전부는 아니어도, 어떻든 몇 개의 문단은 가능할 것이다. 이것 외에도 포함할 것이 너무나 많아, 자세한 사항은 과감히 잘라 내야 할 것이다.

그는 많은 생각 끝에 이미 책의 제목을 정해 놓았다.

"
니제르 강 하류 원시 종족의 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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