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급생 / 프레드 울만 / 열린책들
2 ) 독일 귀족의 이름에는 작위와 <폰>이 붙는다. 그라프Graf는 백작, 프라이헤어 Freiherr와 바론Baron은 남작, 프린츠 Prinz는 왕자 또는 대공, 리 터Ritter는 기사를 의미한다.
66) 나는 언제나 아버지를 존경했었다. 내가 보기에 아버지는 수많은 훌륭한 자질들, 이를테면 내게는 없는 용기라든가 명석한 두뇌 같은 자질들을 갖추었고 친구도 쉽게 사귀었고 자신의 업무도 꼼꼼히 챙겼고 꾀를 부려 빠져나가지도 않았다. 아버지가 나에 대해 서름서름하고 애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래도 나는 아버지가 나를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기까지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아버지는 그런 이미지를 깨버렸고 내게는 그를 부끄러워해야 할 이유가 있었다. 그가 얼마나 우스꽝스럽고 얼마나 젠체하고 비굴하게 보이던지! 콘라딘이 이틀 뒤 그가 다시 우리 집으로 왔다. 누가 그러라고 한 것도 아닌데 홀에서 코트를 벗어 걸고는 - 마치 평 생 그래 오기라도 했던 것처럼 - 곧장 어머니를 찾아 거실로 들어갔다. 어머니는 첫 번째 만났을 때 그랬던 것처럼 하던 일에서 눈도 들지 않다시피 한 채, 마치 그 가 또 다른 아들이기라도 한 듯, 똑같이 다정하고 편안 하게 그를 다시 반겼다. 어머니가 커피와 슈트로이젤 쿠헨을 내왔고 그날 이후로 그는 일주일에 서너 번씩 정기적으로 우리 집을 찾아왔다. 그는 우리와 함께하 는 시간을 마음 편히 즐겼는데, 단 한 가지 두려움은 아버지가 바우츠 이야기를 또 꺼내서 내 기분을 망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버지도 좀 더 느긋해졌고 갈수록 점점 그의 출현에 익숙해져서 결국에는 그를 <백작님〉 이라 부르기를 그만두고 콘라딘이라고 불렀다.
100 ) 날마다 나는 헤어지고 배제당한다는 똑같은 고통을 겪었고 날이 갈수록 우리 우정의 열쇠를 쥐고 있는 그 집의 중요성과 신비함은 더더욱 커져만 갔다. 내 상상은 그 집을 보물들, 즉 물리친 적의 깃발이며 십자군 전사의 칼, 갑옷, 한때는 이스파한과 테헤란에서 타올랐던 횃불, 사마르칸트와 비잔티움 에서 가져온 비단 같은 것들로 가득 채우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를 콘라딘에게서 갈라놓는 장벽은 영원히 붙 박인 것 같았다.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남에게 고통을 주지 않기 위해 그처럼 조심스럽고 그처럼 사려 깊고 언제나, 설령 내 세계관에 동의하지 않을 때에도, 내 성급한 행동과 공격성을 용인해 줄 준비가 되어 있 는 그가 어떻게 나를 초대하는 일을 잊어버릴 수가 있었을까? 자존심이 강한 탓으로 그에게 물어보지도 못한채, 나는 점점 더 걱정스러워지고 의심이 들고 호엔펠 스 가의 요새에 침투해 보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혔다. 어느날, 내가 막 가려는 참에, 예기치 않게도 그가 돌아섰다. 들어와, 너 아직 내 방 못 봤잖아.」 그가 말 했다. 내가 미처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가 철 대문을 밀 었고 두 마리의 독수리들은 여전히 위협은 하면서도 그 순간에는 무력해져서 포식자의 날개를 헛되이 퍼덕이 며 물러났다.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던 나는 겁에 질렸다. 내 꿈의 실현이 너무도 갑작스럽게 찾아와서 한순간 나는 도망을 치고 싶었다. 광도 내지 않은 구두에다 깨끗한지 어떤지도 못 미더운 옷깃을 하고 어떻게 그의 부모를 만나 볼 수 있을까? 내가 어떻게 그의 어머니를 마주 대할 수 있을까? 언젠가 한 번 멀리서 보았을 때 분홍색 목련과 대비되어 거무스름해 보이던 그 분의 피부는 우리 어머니처럼 흰색이 아니라 올리브색 이었고 눈은 아몬드처럼 동그스름했고 오른손으로는 하얀 양산을 캐서린 바퀴처럼 빙빙 돌리고 있었다.
「이거 봐, 콘라딘, 너도 내가 옳다는 거 분명히 알잖아. 네가 나를 너희 집 안으로 불러들인 건 부모님 이 출타했을 때뿐이었다는 걸 내가 알아채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하니? 너 정말 내가 어젯밤 일들을 상상하고 있었다고 생각해? 내 입장을 분명히 하고 싶어. 나는 너를 잃고 싶지 않아, 너도 알다시피
・・・・・・
나는 네가 오 기 전까지는 외톨이였고 네가 나를 버리면 더더욱 외톨 이가 되겠지만 그렇더라도 네가 나를 부끄러워해서 네 부모님께 인사시키지 못한다는 생각은 견딜 수가 없어.
그때까지 그는 용케도 침착함을 유지했지만 갑자기 격정에 휩싸여 내게 소리를 질러 댔다. 나를 그런 두들겨 맞은 개 같은 눈으로 보지마! 내가 우리 부모님 대신 책임을 져야해? 그게 뭐 하나라도 내 잘못이야? 세상이 그렇게 돌아간다는 것 때문에 나를 비난하고 싶 니? 이제는 우리 둘 모두 꿈꾸기를 그만두고 성장하면 서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 아니니?」 그렇게 토해 내고 나서는 그가 다시 침착해졌다. 내 소중한 한스」 그가 아주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제발 나를 하느님이 만든,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의해 만들어진 대로 받아들여 줘. 나는 이 모든 걸 너한테 숨기려고 했지만 너를 오랫동안 속일 수는 없다는 걸 알았어야 했고 이 일에 대해 서 너한테 미리 얘기할 용기를 냈어야 했어.
하지만 나 는 겁쟁이야. 그래서 단지 네 마음을 상하게 할 수 없었던 거고. 하지만 그게 온전히 다 내 탓만은 아니야. 너는 누구에게나 네 이상적인 우정에 따라 살아야 한다
스포인 부분이 있어서 아래는 드레그 하셔야만 볼 수 있습니다.
나는 조그만 인명부를 집어 들고 막 찢어 버리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내 손을 멈췄다. 그런 다음 마음을 굳게 먹고 떨면서 H로 시작되는 페이지를 펼쳐 읽었다.
<폰 호엔펠스, 콘라딘 히틀러 암살 음모에 연루, 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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