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단편 모음집 입니다.
「어떻게 하면 더 윤리성을 부여할 수 있을까?」 「다들 거기에 잘 계신가요?」 아냐, 우리가 살아가야 할 곳은 여기야.」 몰랐지. 우리는 심지어, 아직 빛의 속도에도 도달하지 못했네. 그런데 지금 사람들은 우리가 마치 이 우주를 정복 하기라도 한 것마냥 군단 말일세. 우주가 우리에게 허락해 준 공간은 고작해야 웜홀 통로로 갈 수 있는 아주 작은 일 부분인데도 말이야. 한순간 웜홀 통로들이 나타나고 워프 항법이 폐기된 것처럼 또다시 웜홀이 사라진다면? 그러면 우리는 더 많은 인류를 우주 저 밖에 남기게 될까?" "안나 씨." "예전에는 헤어진다는 것이 이런 의미가 아니었어. 적어도 그때는 같은 하늘 아래 있었지. 같은 행성 위에서, 같은 대기를 공유했단 말일세. 하지만 지금은 심지어 같은 우주조차 아니야. 내 사연을 아는 사람들은 내게 수십 년 동안 찾아와 위로의 말을 건넸다네. 그래도 당신들은 같은 우주안에 있는 것이라고. 그 사실을 위안 삼으라고 하지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조차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우리가 아무리 우주를 개척하고 인류의 외연을 확장하더라도, 그곳에 매번 그렇게 남겨지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면.………….” "이런 식으로, 시간을 끄셔도 소용은." |
“대표님. 저도 이 현상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모셔널 솔리드의 제품들이 미친 듯이 팔려나가는 현상을요. 어떤 점에서는 기분 전환을 위해 술을 마시거나 디저트를 먹는 것과도 비슷하다는 점은 알겠습니다. 사람들이 돈으로 행복을 사고 싶어 하는 건 이해가 가요. 그게 실제로 효과적인 행복이 아니더라도 말이지요. 그런데 제가 정말로 이해할 수 없었던 게 있어요………….” 그는 삐딱하게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그가 답을 알고 있을지 궁금했다. “대체 왜 어떤 사람들은 '우울'을 사는 겁니까? 왜 '증오' 와 '분노' 같은 감정들이 팔려나가죠? 돈을 주고 그런 걸 사려는 사람이 있는 건가요? 애초에, 어떻게 그들이 부정적인 감정을 사고 싶어 할 것이라고 예상하셨습니까?" 그제야 무표정하던 그의 얼굴에 다른 표정이 떠올랐다. 내 질문에 바로 답하지 않고 그는 뜸을 들였다. 입꼬리를 조금 올려 웃는 그의 미소는 체념한 것 같기도, 나를 비웃는 것 같기도 했다. 그가 말했다. “소비가 항상 기쁨에 대한 가치를 지불하는 행위라는 생각은 이상합니다. 어떤 경우에 우리는 감정을 향유하는 가치를 지불하기도 해요. 이를테면, 한 편의 영화가 당신에게 늘 즐거움만을 주던가요? 공포, 외로움, 슬픔, 고독, 괴로움・・・・・… 그런 것들을 위해서도 우리는 기꺼이 대가를 지불하죠. 그러니까 이건 어차피 우리가 늘 일상적으로 하는 일이 아닙니까?" 잠시 말문이 막혔다. 언뜻 옳은 이야기 같기도 하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무언가 다르지 않은가. 우리가 소비를 통 해 얻고자 하는 것이 오직 감정 그 자체였던가? 인간은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가 아닌가? 의미가 배제된 감정만을 소비하는 것은 인간을 단순히 물질에 속박된 동물로 전락 시키는 일이 아닐까? |
"어차피 진짜 사람도 아니잖아. 무덤이나 뼛가루처럼 뭐가 진짜로 남은 것도 아니고 그거 다 그냥 동영상 같은 거야, 반응할 수 있으니까 기분이야 좀 다르겠지만, 무슨 대단한 거라도 되는 듯이 홍보하던데, 내가 보기에는 그냥 과장 광고야." 분실 사건이 아니었다면 지민도 동생의 말에 동의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건 단순히 영상 파일을 잃어버린 것 과는 달랐다. “그래도 난 기분 나빠. 예전으로 치면 허락도 없이 관을 못 찾게 옮긴 거나 마찬가지잖아." "그렇게 말하니까 좀 섬뜩하다. 하긴, 어떤 사람들은 그걸 진짜 사람처럼 대하더라. 난 소름 끼칠까 봐 근처도 안 가봤지만." “직원들도 그냥 단순한 데이터처럼 보는 것 같지는 않았 "그러니까 정확히 뭐가 필요한 건가요?" “시험 단계에서는 보통 유품을 활용했습니다. 특별한 의미가 없는 유품들은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고요. 사진 도 보통 그 장면 자체가 기억에 강렬히 남지는 않는 편이라…………. 유사한 종류의 물건이라면 여러 개를 연속으로 스캐닝해서 확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만, 그 자체가 고인과의 연관성이 낮다면 역시 성공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저희도 아직 내부 테스트 중이라 무어라고 확정지어 말씀드리기는 어렵고 사실 고인을 가장 잘 아시는 송지민 씨에게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의 인생은 모두 고유하고 개별적이다 보니 기억과 가장 강력한 상호작용을 보이는 물건들 "아, 나왔어요." 사서가 손을 내밀어 모니터에 뜬 이름을 가리켰다. 수많은 문자 사이에서 지민은 엄마의 이름을 알아보았다. 김은하. 지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목이 탔다. 마인드 접속기는 카드를 인식하고 접속을 시작하게 되어 있었다. 사서가 긴장된 눈빛으로 옆에서 기계를 건네주었다. 지민이 카드를 가져다 대자 파란색 조명이 켜지면서 접근 허가 안내가 떴다. 접속기는 단출한 구성이었다. 대뇌 피질에 신호를 보내는 가상현실 구현 헤드셋을 착용하고, 기계의 안내에 따라 의자에 앉아 눈을 감는다. 눈을 떴을 때, 지민의 앞에 펼쳐진 장면은 흐릿했다. 엄마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지민에게서 반쯤 등을 돌린 채로 장벽 너머에 있는 무언가를 주시하고 있었다. 지민이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엄마의 모습보다 조금 더 나이 들어 보였다. 입가에 팬 주름과 약간은 희끗희끗하게 센 머리가 보였다. 조금씩 주위의 풍경이 선명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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