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들에게 네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해. 다만 이제 내가 최대한 먼 곳까지 널 데리고 왔으니 내 마음을 아주 분명히 할게. 나는 네가 나와 함께 도시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스스로 선택해서 말이야." 나는 그녀의 팔 을 꼭 잡는다. “내 말 이해하지? 그게 내가 원하는 거야." "왜요?" 이 말이 그녀의 입술에서 너무나 부드럽게 흘러나온다. 그녀는 그 말이 나를 당황스럽게 만든다는 걸 처음부터 나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는 걸 알고 있다. 총을 든 남자가 거의 우리의 목전까지 서서히 다가온다. 그녀는 고개를 젓는다. "싫어요. 저는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
문간에 걸린 거적이 들리고, 그가 두 손을 맞잡고 비틀거리며 나온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황토색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빌어먹을!" 그 가 말한다. "빌어먹을! 내 참 더러워서! 빌어먹을!" 그의 친구들이 요란 하게 웃음을 터뜨린다. “웃을 일이 아냐!" 그가 소리친다. "씨발놈의 엄지손가락을 다쳤단 말이야!" 그는 무릎 사이에 손을 낀다. "씨발, 되게 아프네!" 그는 몸을 빙 돌려 오두막 벽을 발로 찬다. 안에서 회반죽이 떨어지는 소리가 다시 들린다. "씨발놈의 미개인들! 진작에 그 새끼들을 일렬로 세워놓고 총으로 갈겨버렸어야 해. 그 새끼들의 친구들과 같 이 말이야!" |
휘장을 보면, 그는 준위다. 제3국의 준위. 그건 뭘 뜻하는 걸까? 추측해보건대, 그건 오 년 동안 사람들을 발길로 차고 때렸고, 일반 경찰과 정당한 법 절차를 경멸하고, 나 같은 관리가 부드럽게 얘기하는 방식을 혐오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기야 이렇게 말하면 내가 그에게 잘못하 는 건지 모른다. 나는 오랫동안 수도를 떠나 살았으니 말이다. “당신은 적과 내통을 했소." 그가 말한다. 결국 그렇게 됐구나. '내통', 책에 나오는 말이다. 나는 혼잣말을 했다. “어떤 사람들이 부당하게 고통을 받으면, 그 고통을 목격한 사람들은 수치심 때문에 괴로워하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나 자신을 위로해봐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치안판사직을 내놓고, 공직 생활을 은퇴하고, 작은 과수원이나 하나 사서 가꾸며 살아볼까 하고 생각해본 적도 몇 번 있었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도 누군가 다른 사람이 그 직위에 임명되어 수치스러운 공 무를 감당하게 될 테고, 결국 아무것도 변할 게 없으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나는 사건에 휘말리게 될 때까지 내 직무를 수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
나는 생각한다. “나는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살았지만, 품속의 갓난 아이 만큼이나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나는 이곳 사람들 중에서 회고록을 쓰는데 가장 부적합한 사람이다. 분노와 슬픔으로 울부짖는 대장장이가 그 일에 더 적합할 것이다." 나는 생각한다. "야만인들이 빵맛을 보게 되면, 오디 잼이나 구스베리 잼을 바른 갓 구운 빵을 맛보게 되면, 우리가 사는 방식에 끌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들은 평화로운 곡물을 재배하는 방식을 아는 남자들의 숙련된 기술과 온화한 과일들을 활용하는 방법을 아는 여자들의 기술 없이는 살아가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나는 생각한다. “어느 날 사람들은 폐허 속을 뒤적거리면서, 내가 남겨둔 것들보다 사막에서 나온 유물에 더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합당 한 이유에서 그럴 것이다." (그래서 나는 포플러 나뭇조각을 하나씩 아마씨 오일로 닦고 유지로 싸며 저녁시간을 보낸다. 나는 바람이 자면 밖으로 나가, 그것들을 찾아냈던 곳에 다시 묻어야겠다고 생각한다.) 나는 생각한다. "무엇인가가 내 얼굴을 응시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나는 그것을 보지 못한다." |
누가 야만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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