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소설1 [책한줄] 한 스푼의 시간 사람의 시체가 아니다. 그때 그 물건의 등에 깔린 두툼한 흰색 제본지를 발견한다. 해독 불가능한 영문의 홍수 속에서 그는 하나의 단어를 알아본다. ROBOT. 명정은 누구에게도 그런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되고 싶지 않다. 남겨진 이들이라고 부를 만한 존재가 이제는 없지만 한 사람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면 살아 있는 누군가는 사무 행정 절차에 불과하더라도 그의 시신을 거두고 처리해야 한다. 게다가 은결은 남겨지는 이가 아닌 동시에 철저히 남겨지는 이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은결의 왼쪽 카메라는 완전히 기능을 잃었다. 외관상 문제없으나 그 눈은 더 이상 아무것도 비추지 못한다. 사람으로 치면 시신경 상실에 해당하는데, 좌우 카메라를 함께 켜면 왼쪽 눈에는 흑백 노이즈가 심하게 맺혀서 전체의 상이 왜곡되므로 차라.. 2022. 10. 2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