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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독서모임

[독서모임] 2022년/2023년 독서모임 일정

by 신바람~독서 2022. 12. 7.

한달에 한번 운영됩니다. (잠원 도서관 일정이 아닙니다 ) 

 2022년 12월 08일

야만인을 기다리며 / J.M. 콧시 / 왕은철 /  문학동네 

출판사 리뷰 ( http://www.yes24.com/70149788 )

 

출판사 리뷰

거장 J. M. 쿳시의 문학세계가 집약된 역작

J. M. 쿳시는 소설과 에세이, 평론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쳐온 다재다능한 작가다. “현재 생존해 있는 영어권 소설가 중 두말할 필요 없이 가장 유명하며 수상 이력이 많은 작가”라는 명성에 걸맞게 다양한 문학상과 더불어 영연방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부커상(맨부커상의 전신)을 최초로 두 차례 수상했고, 2003년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야만인을 기다리며』는 초기작임에도 불구하고 쿳시 작품세계의 정수가 인상적으로 드러나는 걸작이다. 어느 제국의 평화로운 변경 도시에 수도의 제3국 소속 경찰들이 파견되어 국경 너머의 야만인들을 잡아들이고 잔인하게 고문하는 일이 벌어진다. 변경을 통치하는 치안판사인 ‘나’는 고문 후유증으로 눈이 먼 젊은 야만인 여자에게 이상할 정도로 마음이 끌리고, 그로 인해 야만인과 내통했다는 누명을 쓰고 생각지도 못한 치욕을 겪게 된다. 치밀하게 짜인 서사를 통해 식민주의가 자행하는 억압과 국가의 안위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정당화되는 타자에 대한 폭력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걸작이다.

콘스탄틴 카바피Constantine Cavafy의 시 「야만인을 기다리며」에서 제목과 모티프를 빌려온 이 소설은 시간적·공간적 배경이 불분명한 무대를 전면에 내세운다. 남아프리카에서 벌어지는 인종차별과 폭력의 사슬에 주목하고 목소리를 내온 쿳시는 이 작품에서 특별히 남아프리카라는 특정 공간을 의도적으로 배제함으로써, 식민주의로 인해 생겨나는 폭력과 억압의 사슬이 특정한 시대와 장소에 국한된 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보편적인 일임을 강조한다. 이 소설의 제국주의자들이 ‘야만인들’에게 가하는 고통과 폭력과 그들이 조장하는 불안과 애국심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해묵은 것이다. 카프카와 포크너를 강하게 환기하는 이 작품은 인종 간의 잔혹 행위와 불평등에 대한 초현실적인 우화라고 할 수 있다.

조지프 콘래드의 전통을 잇는 정치 스릴러. _스웨덴 한림원

나이든 치안판사인 ‘나’의 통솔하에 있는 평화로운 변경 도시에 야만인들의 조짐이 심상치 않다는 소문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야만인 부족들이 무장을 하며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공포가 고조됨에 따라 수도에서 파견된 제3국 소속 졸 대령이 제국 수호의 최전선인 이 정착지를 시찰한다. ‘나’는 속마음으로는 제3국의 행보에 매우 비판적인데, 이 모든 소문이 야만인들에 대한 히스테리 때문에 생겨난 가짜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러한 꿈들은 너무 편해서 생겨난다. 내게 야만인들의 군대를 보여준다면야, 나도 믿을 것이다.”

그러나 제3국은 민심을 장악하는 데 성공한다. 빨랫줄에 널어놓은 옷이 사라지거나 식료품이 없어지는 일이 생기면 사람들은 야만인들이 몰래 다녀간 것이라고 굳게 믿으며 공포에 떤다. 어느 소녀가 강간을 당하는 일이 생기자, 그녀의 친구들은 야만인의 소행이라고 주장한다. 범인이 갈대밭 속으로 달아나는 모습을 보았는데, 못생긴 얼굴이 야만인이 틀림없다는 것이다. 제3국은 “야만인들이 당신의 불알을 구워서 먹을 거요” 따위의 말로 사람들의 공포를 부채질할 뿐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야만인들을 향한 미움의 근거가 식사 예절이 다르고 눈꺼풀의 형태가 다르다는 사실 말고는 전무하다고 주장하는 치안판사의 말이 받아들여질 리가 없다.

“국가의 수호자들이며 폭동 전문가들이고 진실의 신봉자들이며 취조 전문가들”인 졸 대령의 부대는 야만인들을 진압하러 출정한다. 그들은 성문 밖에서 물고기를 잡아 근근이 살아가는 힘없는 부족을 엉뚱하게 잡아들여 돌아와서는 시민들에게 야만인들은 실재하는 적임을 눈으로 확인시켜준다. 제3국은 계속해서 야만인들을 찾는답시고 소탕작전을 벌이지만, 제국에 위협을 주는 진짜 야만인은 단 한 명도 없고 국경 너머 힘없는 민간인들만 고문당하고 짓밟힐 뿐이다. ‘야만인’이란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지만 제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공식적으로 존재해야만 한다. ‘야만인’은 내부 문제의 원인을 상상의 외부인에게 돌리려는 국가의 손쉬운 해결책인 것이다. 쿳시는 이러한 제국의 속성을 시적인 문장으로 명료하게 포착해낸다.

제국의 속마음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만 있을 뿐이다. 어떻게 하면 끝장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죽지 않고, 어떻게 하면 제국의 시대를 연장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 제국은 낮에는 적들을 쫓아다닌다. 제국은 교활하고 무자비하다. 제국은 사냥개들을 이곳저곳에 파견한다. 밤이 되면, 제국은 재앙에 대한 상상을 먹고 산다. 도시가 약탈당하고, 사람들이 강간당하고, 죽은 사람의 뼈가 산처럼 쌓이고, 드넓은 땅이 황폐해질지도 모른다는 상상 말이다. 말도 안 되는 미친 상상이지만 전염성이 강하다. (219~220쪽)

미약한 속죄, 그리고 허위와 공모

졸 대령으로부터 심한 고문을 당해 온몸이 상처투성이인데다가 눈이 반쯤 먼 야만인 여자를 발견한 ‘나’는 그녀에게서 설명하기 힘든 매혹을 느낀다. 집안일을 해달라는 명분으로 그녀를 자신의 거처로 들이고는, 매일 밤 그녀의 몸을 씻겨주는 의식과도 같은 행위에 몰두한다. 비누로 거품을 내어 발가벗은 그녀의 몸을 씻기고, 물기를 닦아준 후에는 몸에 아몬드 오일을 발라 마사지한다. ‘나’는 그녀의 몸을 문지르는 동작의 리듬에 정신없이 빠져들고, 시간 밖에 존재하는 듯한 텅 빈 황홀감을 느낀다.

‘나’의 행동은 야만인 여자의 몸에 새겨진 제국의 폭력을 지워주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속죄의 몸짓이라고 할 수 있으나, 쿳시는 ‘나’와 같은 온정적 제국주의자의 허위를 날카롭게 드러낸다. ‘야만인’ ‘미개인’ 들에 대한 혐오가 편견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알고 있고 제3국이 자행하는 끔찍한 고문에 반대하다가 “국가의 적”으로 몰린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제국에 봉사하는 ‘나’는 야만인 여자를 고문했던 자들과 완전히 다른 존재가 아니며 제국의 폭력성에 일정 부분 공모하고 있다. 야만인 여자를 목욕시키는 일에 빠져든 저의도 완전히 순수하지 않음을 그 스스로도 느낀다. “내가 그녀에게 끌린 건 그녀의 몸에 난 상처 때문이었는데, 그 상처가 충분히 깊지 않다는 걸 알고 실망했던 걸까?” ‘나’는 여자의 몸을 씻기며 상처를 지우려는 자신의 모습에서 ‘나는 저들과 다르다’는 부당한 만족감을 느꼈던 건 아닐까. 고문을 당했던 정황을 낱낱이 캐묻는 ‘나’의 질문에 “얘기하는 데 지쳤어요”라며 대답을 고사하는 야만인 여자는 ‘나’의 허위성을 진작 느꼈던 것이다.

그녀가 내 침대에서보다 채소의 껍질을 벗기면서 더 행복해했던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내가 막사 정문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그녀 앞에 섰을 때, 그녀는 이미 자신을 조여오는 허위의 독기를 느낀 게 틀림없다. 욕망으로 가장한 질투심과 동정심과 잔인성의 허위 말이다. (…) 그녀는 처음부터 내가 허위적인 유혹자라는 걸 알았다. (222쪽)

『야만인을 기다리며』는 선악의 단순한 이분구조로는 설명할 수 없는 제국주의 폭력의 여러 면모를 다층적으로 살피는 위대한 작품이다. ‘나’는 “단 한 명의 의로운 사람”이 아니며, “편안한 시절에 제국이 스스로에게 얘기하는” 달콤한 거짓말일 뿐이다. 졸 대령과 나는 ”제국의 통치술의 양면이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나’와 졸 대령의 제국이 ‘야만인’에게 가하는 잔인한 폭력을 마주한 독자는 질문을 던지게 될 것이다. ‘야만인’은 누구인가? 그들과 우리 중 누가 야만인인가?

 

 

 2023년 01월 12일

타타르인의 사막 / 디노 부차티 / 한리나 / 문학동네 

출판사 리뷰 ( http://www.yes24.com/97698217 )

 

출판사 리뷰

보르헤스, 카뮈, 칼비노, 망구엘, 쿳시, 마텔 등이 추천한
20세기 이탈리아 환상문학의 고전


“잊히지 않도록 후세대가 지켜내야 할 이름들이 있다. 단연코 그중 한 사람이 바로 디노 부차티다.” _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20세기 현대문학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 이탈리아 작가 디노 부차티(Dino Buzzati, 1906~1972)는 무엇보다 여러 작가로부터 희한한 대작 『타타르인의 사막』(1940)과 기막힌 단편들을 쓴 작가로 각인되어왔다. 일례로 이 작품에 영감받아 『야만인을 기다리며』를 쓴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J. M. 쿳시는 한번 읽으면 “뇌리를 떠나지 않는 색다른 고전 소설”이라 했고, 이탈로 칼비노는 “소설의 진정한 즐거움을 안겨주는 작품”이라 했으며, 얀 마텔은 “신기루처럼 빛을 발하는 소설”이라며 극찬했다. 그만큼 독자에게 몽환적이고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대표작 『타타르인의 사막』은 마술적 사실주의에 속한 20세기 환상문학의 정수로서, 1976년 발레리오 주를리니가 영화화하기 전까지 여러 작가와 영화 거장(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데이비드 린, 루키노 비스콘티 등)을 매혹했다.

디노 부차티는 한국에서도 그간 이어령, 김현, 서영은 등 문인들의 독서 노트에서도 줄곧 언급되어왔다. 이 소설 속에서 예측할 수 없는 앞날의 위험이 언제 닥칠지 모른 채 미래의 영광을 상상하며 ‘희망의 대기실’과도 같은 요새에서 속수무책으로 시간을 보내는 병사들은 오늘날 기후, 환경, 경제, 보건, 정치 등 각종 위기에 맞닥뜨린 채 일상을 영위해나가는 우리의 모습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밀리언셀러 『블랙 스완』의 ‘희망의 대기실에서 살다’라는 한 장에서 저자가 미래 위기와 대처와 관련해 『타타르인의 사막』이 전해주는 가치를 말하듯, 이 책이 지닌 고전의 가치는 다방면에서 인간과 운명을 철학적으로 사유하는 데 어떤 통찰력을 제공한다. [르몽드]에서 ‘20세기 책 100선’으로 꼽은 이 명작은 연극이나 무용 텍스트로도 곧잘 각색되어 사랑받아왔다. 이탈리아에서는 1988년 디노부차티국제협회가 설립되었고, 2016년 작가 탄생 110주년을 기념하여 여러 행사가 있었다.

고립무원의 요새에서 아무도 모르는 적을 기다리는 한 병사의 부조리한 세계

“더는 이 초막 같은 요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우울한 친구여. 당신처럼 다른 많은 이들이 너무나 오래 희망을 고집해왔다. 시간은 당신들보다 훨씬 빨랐고, 당신들은 다시 시작할 수 없으리.” _본문에서

『타타르인의 사막』은 총 30장으로 구성된 장편소설로, 군사학교를 막 졸업한 조반니 드로고가 ‘타타르인의 사막’이라 불리는 넓은 평원을 마주한 북부 국경지대의 바스티아니 요새로 파견되어, 평생에 걸쳐 언제 쳐들어올지 모를 가상의 적군을 기다리며 펼치는 이야기다.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군대의 일상과 한없이 펼쳐진 황량한 사막 평원, 그 국경지대에서 그들을 살아 있게 하는 존재 이유는 오직 무감각한 지평선 너머에서 여기로 언젠가 진군해올 적뿐이다. 북방의 이민족은 신비에 싸여 있고, 전설처럼 전해지는 소문만 있을 뿐 그 실체가 모호하다. 누군가는 이 요새의 환상을 깨닫고 떠나고, 누군가는 이 지루한 희망 고문 속에서 자신의 포부를 고수하다 죽으며, 누군가는 실수로 아군의 총에 맞아 죽는 전쟁 없는 전쟁태세 세계. 이 요새의 마법에 사로잡힌 군인들과 더불어 천천히 늙고 병들어가는 드로고는, 마침내 적이 왔을 때 새 병사들로부터 요새에서 쫓겨나, 어느 무명의 여관에서 “봄밤의 가벼운 회오리”처럼 찾아든 인생 최후의 적 죽음을 맞는다.

이 작품 발표 당시, 이탈리아는 1차대전이 끝나고 무솔리니의 파시즘 정권하에서 이 파국의 체제에 저항하는 분위기와 더불어 안팎으로 굉장히 혼란스럽고 불안한 시기였다. 이런 대기 속에서 나온 이 소설은 삶과 죽음, 인간 실존의 문제와 끝없는 무無의 세계에 관한 알레고리를 명징하고 생생한 문체로 드러낸 수작으로 평가받으며, 작가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겨주었다. 누가 적이고 그 적이 실로 있기나 한 건지도 모른 채 끌려가는 부조리한 세계에 볼모처럼 잡힌 불안한 인간의 운명은 책장을 넘길수록 점점 미혹과 실수와 고뇌로 얼룩진 한 편의 우화 같은 악몽으로 화한다.

화가 부차티의 전력이 담긴 표지, 시간과 욕망과 꿈의 마지막 스케치

부차티는 “기자와 작가를 취미로 하는 화가”라고 자신을 일컬은바, [코리에레 델라 세라]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하면서도 여러 그림과 만화를 그리고 무대미술가로도 활동했다. 훌륭한 재능 덕에 이탈리아 최초의 그래픽노블로 불리는 독특한 책 『만화 시집』(1969), 2019년에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화제가 된 삽화작품집 『시칠리아의 유명한 곰 습격사건』(1945)을 펴내기도 했다. 이 책의 표지로 쓰인 그림 역시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으로, [밀라노 두오모 광장]이란 제목하에 1950년대에 발표했다.

시각적 이미지를 눈에 선하게 그려내는 묘사력은 이 작품 속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요새 안팎을 휘감는 시간의 속도와 꿈속의 수수께끼 카드처럼 넘어가는 매 장면의 밀도는 읽는 이로 하여금 단번에 이 신기루 같은 풍경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특히 마지막 30장에서 아무도 몰래 적요한 고통 속에서 외로이 사투를 벌이며 죽음을 맞는 드로고의 모습은, 죽음 앞에 선 단독자로서의 운명을 아는 인류 전체의 뇌리에 진정 감동 어린 소용돌이를 남긴다. 그는 과거의 욕망과 현재의 고뇌 속에서 미래의 진정한 인간으로서 한 번도 달성하지 못했던 참된 군인으로서의 영광을, 존엄을 다한 인류 최후의 보루를 지킨다. “과거의 일들이 숨어 있던 씁쓸한 심연에서, 부서진 욕망들에서, 그가 겪은 아픔과 상처들에서, 그로서는 감히 엄두도 못 내던 어떤 힘이 올라왔다... 조반니는 기운을 내어 가슴을 조금 펴고, 한 손으로 군복의 목깃을 정돈한다. 그의 시선은 다시 한번 창밖으로 향하고, 자신의 마지막 몫인 별들을 보기 위해 아주 짧은 눈길을 던진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아무도 그를 보지 않지만, 그는 미소짓는다.”

“『타타르인의 사막』은 카프카의 『성』과 확실히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더 평온한데다 보다 즉각적으로 일독의 가치를 전해주는 책이다.”
- [타임스]

“걸작을 손에 쥐는 일은 흔치 않다. 한데 『타타르인의 사막』은 의심할 여지 없이 숭고한 책, 대작이다. 부차티는 문자언어의 대가다.”
- [선데이 타임스]

 

 

 2023년 02월 09일

눈 먼 자들의 도시 / 

출판사 리뷰 ( http://www.yes24.com//318766 )

 

출판사 리뷰

체제와 가치의 붕괴를 ‘실명’이라는 전염병으로
날카롭게 풍자한 우리 시대의 우화!

한 도시에 갑자기 눈앞이 뿌옇게 안 보이는 ‘실명’ 전염병이 퍼진다. 첫 번째 희생자는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며 차를 운전하던 사람. 그는 안과 의사에게 가봤지만, 의사 역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그 자신도 그만 눈이 멀어버린다.

이 전염병은 사회 전체로 퍼져나간다. 정부 당국은 눈먼 자들을 모아 이전에 정신병원으로 쓰이던 건물에 강제로 수용해놓고 무장한 군인들에게 감시할 것을 명령하며, 탈출하려는 자는 사살해도 좋다고 말한다. 수용소 내부에서는 눈먼 자들 사이에 식량 약탈, 강간 등 온갖 범죄가 만연한다. 화재가 발생해 불길에 휩싸인 수용소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아 수용소 밖으로 탈출한 사람들은 수용소 밖 역시 썩은 시체와 쓰레기로 가득한 폐허가 되었고, 공기는 역겨운 냄새로 가득 차 있음을 알게 된다. 이 악몽의 유일한 목격자는 수용소로 가야 하는 남편(안과 의사)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눈이 먼 것처럼 위장했던 의사의 아내. 그녀는 황량한 도시로 탈출하기까지 자신과 함께 수용소에 맨 처음 들어갔던 눈먼 사람들을 인도한다.

남편, 맨 처음 눈먼 남자와 그의 아내, 검은 안대를 한 노인, 검은 색안경을 쓴 여자, 엄마 없는 소년 등 이름 없는 사람들로 구성된 이 눈먼 사람들의 무리를 안내하고 보호한다. 그녀는 폭력이 난무하고 이기주의가 만연한 혼란스러움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이를 책임감으로 받아들이며, 희생과 헌신을 한다. 눈먼 사람들이 서로 간에 진정한 인간미를 느끼며 타인과 자신을 위해 사는 법을 깨닫게 되었을 때 그들은 드디어 눈을 뜨게 된다.

“만약 이 세상 모두가 눈이 멀어, 단 한 사람만 볼 수 있게 된다면!”

『눈먼 자들의 도시』는 인간 본성에 강한 의문을 던지는 사라마구의 문학세계를 가장 잘 표현한 작품이다. 이 소설은 우리 일상을 완전히 뒤바꿔놓는 상황, 즉 ‘만약 이 세상에서 우리 모두가 눈이 멀고 단 한 사람만이 보게 된다면’이라는 가상의 설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 실제 『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어가면 갈수록 우리도 모르게 작가의 담론에 이끌리는 자신을 발견하고 조금씩 인습과 편견, 고정관념과 정형화된 삶으로부터 해방되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_ 해설, 김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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